플라멩코와 투우로 상징되는 스페인 문화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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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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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와 투우로 상징되는 스페인 문화상징
 
 흔히 스페인하면 ‘정열의 나라’로 유명하다. 사람이 몸집 큰 수소와 대결하는 투우가 성행하는데다 민속무용 플라멩코가 매우 격렬해서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멩코는 여성이 무대 위에서 원색 주름치마를 적당히 뒤집으며 강렬하게 몸을 움직여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때문에 플라멩코는 스페인을 상징하는 춤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이라고는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플라멩코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속춤이다. 안달루시아는 ‘알 안달루스’(Al Andalus)에서 유래된 말이고, 409년 스페인에 쳐들어온 ‘반달족이 살고 있는 곳’이란 뜻이다.

 반달족은 스페인 북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열정적인 기질로 기분을 마음껏 내곤 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안달루시아 특유의 감성적 문화를 만들어냈다. 안달루시아 주택 특징 중 하나인 ‘파티오’가 대표적이다.

 ‘파티오’는 ‘안뜰’이라는 뜻이며, 그 뜰을 둘러싸고 방들이 배치되어 있다. 파티오에는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고 도자기나 그릇 등도 놓여 있는데 이는 자연경치를 집에서 즐기기 위한 장식이다. 안달루시아 주정부가 있는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궁전에도 아름다운 파티오가 배치되어 있다.

 아메리카대륙 발견으로 한층 들뜬 15세기경 스페인에 새로운 변화가 또 일어났다.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니는 낯선 집시들이 떼 지어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문화가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집시는 노래와 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로 유명한 민족답게 여러 지역에서 알게 된 노래와 춤을 응용하여 새로운 무용을 창안했다.

 이들이 스페인에 선보인 플라멩코는 이슬람문화권에서 배꼽을 드러내고 허리를 흔드는 선정적인 춤 밸리댄스에 집시 특유의 열정적 발동작을 곁들이고 있다. 때문에 플라멩코는 여성의 부드러운 관능미와 더불어 흥에 겨운 경쾌감을 자아내고 있다.

 ‘플라멩코’(Flamenco)는 ‘농부’와 ‘피난민’이라는 뜻의 아라비아어를 잘못 발음한 데서 비롯된 말이지만 18세기부터 ‘안달루시아의 집시’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스페인의 고유한 무용음악을 뜻하기에 이르렀다.

 플라멩코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발동작과 우아한 걸음걸이에 있다. 투우사가 세련되게 입장할 때처럼 우아한 움직임을 ‘파세오’라고 하며, 각각의 춤이 끝날 때마다 움직임을 멈추고 취하는 당당한 자세를 ‘데즈프랑데’라고 하여 순간적인 아름다움으로 여긴다.

 두 번째 특징은 두 손으로 캐스터네츠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것이다. 캐스터네츠는 양손에 한 개씩 손가락에 끼고서 부딪쳐 소리 내는 조개모양의 타악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걸로 소리를 내면서 춤출 때 리듬을 맞추는데, 타악기는 기본적으로 흥을 내는 음악이므로 플라멩코는 근본적으로 흥겹다.

 세 번째 특징은 원색 주름치마를 입은 채 뒤집었다 휘감았다 하며 관능미를 연출하는 것이다. 이때 팔이나 손가락 혹은 발을 격렬하게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고 멋진 자세를 취하는데 그 동작이 참으로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이때의 몸짓은 격렬한 사랑의 마침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특징으로는 기타를 꼽을 수 있다. 무용수는 캐스터네츠를 이용해 스스로 음악을 조절한다. 이때 반주자가 곁에서 기타로 분위기를 도와주는 것이다. 무용수가 박수를 치면서 춤으로 흥을 돋운다면 기타 연주자는 그 기분을 맞춰주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며 어우러짐의 감흥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요컨대 플라멩코의 매혹적이면서도 정열적인 분위기가 스페인 민족정서와 그대로 통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크게 유행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사람들은 피를 보는 투우(鬪牛)에도 열광하며, 투우사를 최고의 직업으로 친다. 그리스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투우는 중세 궁정 귀족들의 놀이였으나 근대 들어 직업 투우사에 의해 계승되었다.

 투우는 투우사 ‘마타도르’ 한 명이 두 마리의 소와 대결하며, 1회 진행하는데 마타도르 3명이 차례로 등장한다. 마타도르는 새빨간 천(무레타)을 흔들며 소가 돌진하도록 유혹하는데, 투우사의 몸이 소와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비켜나느냐에 따라 그 기량을 평가한다.

 마침내 힘이 빠진 소에게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 소의 정면에 선 마타도르가 심장 바로 위 급소를 칼로 찌르는 의식을 치르면 소 한 마리의 운명이 끝난다. 관중들은 멋진 투우를 보여준 마타도르에게 환호를 보내면서 숨진 소의 귀를 가질 수 있는 명예를 부여한다.

 플라멩코이든, 투우이든 간에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오~레이”(잘한다)는 스페인의 열정을 뿜어내는 함성에 다름 아니다. 스페인은 누가 뭐래도 ‘정열의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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