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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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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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와 자동차
 
 우리 속담에 ‘말 타면 종 두고 싶다’는 말이 있다. 걸어갈 때는 말을 한 번 타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막상 말을 타게 되면 말을 이끌어주는 하인을 두고 싶은 마음, 즉 더 편한 것을 찾는 욕심이 사람의 보편적 특성이라는 뜻이다. 이런 심리는 일반적이어서 독일․프랑스에 ‘먹으면서 식욕이 생긴다’, 영국에 ‘많이 가질수록 더 탐낸다’는 속담이 있다.

 인력거와 자동차는 사람들의 그런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난 교통수단인데, 양자간에는 미묘한 문화정서적 차이가 있다. 인력거는 두 바퀴 위에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승용차로 사람이 달음박질하여 끌었다. 인력거는 서양 마차에서 힌트를 얻은 일본인이 1869년에 고안한 교통기관으로 우리 나라에 처음 도입될 때는 사람의 힘으로 끈다 해서 완차(腕車) 또는 만차(挽車)라고 칭했다.
 
 인력거는 자동차보다는 느리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가마보다는 이동속도가 빨라서 금방 인기를 끌었다. 초창기 인력거를 이용한 계층은 관료들과 기차승객 그리고 기생들이었다. 관료는 권세를 유유히 과시하기 위해, 기차승객은 서울 지리를 잘 몰랐기 때문에, 기생은 요리집에 가기 위해 인력거를 애용했다.

 19세기 말엽 일본이나 우리 나라를 여행 온 서양인들은 인력거를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다. ‘인력(人力)’, 즉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동력수단이 서양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왜 그랬을까?

 서양에서는 예부터 이동수단으로 말이나 마차를 이용했는데, 그것은 목축문화권에서의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넓은 땅에서 여기 저기로 빨리 옮기기 위해서는 누구나 말을 탈 줄 알아야했던 것이다. 또한 사람이 매우 귀했기에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았으며 인력을 대체할 기계의 필요성을 일찍부터 느꼈다. 기계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서양에서 먼저 발명된 것도 그런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일이지, 서양인들의 두뇌가 더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차량을 스케치로 남기고, 1680년에 뉴튼이 증기를 뒤쪽으로 분출시켜 그 반동으로 달리는 분사식 차 모형을 제작하고, 1769년 마침내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엔진을 이용하여 프랑스인 조세프 퀴뇨가 기계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차를 처음 발명한 일은 필연적인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이나 우리 나라는 한 곳에 정착해 사는 농경문화권인 까닭에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빠른 교통수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다 사람을 지배하고 따르는 ‘복종’정서가 일반화된 탓에 사람을 부리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점을 빨리 배우고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이 자동차와 수레의 절충형인 인력거를 탄생시켰으니, 인력거에는 동서양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는 셈이다. 오늘날에도 서양에서는 마차로, 동양에서는 인력거를 통해 복고적 유람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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