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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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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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옛날부터 인간은 하늘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꼈다. 반짝이는 별을 보고 위대한 사람들의 영혼일 것이라 생각했고,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할 만큼 강한 빛을 내뿜는 태양을 보면서 그 강력함에 머리를 숙였고, 어둔 밤을 은은히 밝혀주는 달을 보면서 여러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슬람교도들은 결혼 전날밤 신부의 손과 발가락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한편 태양과 달 따위의 문양을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 생명(식물)의 색인 초록색과 하늘을 지배하는 태양․달의 기운을 전달받으려는 관념에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해와 달에 관한 한 동서양의 관념에 큰 차이가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해를 남성, 달을 여성적으로 보았지만 대우에 있어서는 확연한 구별이 있었던 것이다. 서양의 경우 태양을 숭상하면서 달을 경원시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태양의 신 아폴론을 최초의 누드 조각 모델로 삼았는데 그 외모를 가장 아름다운 인간상으로 표현할 만큼 태양을 숭배했다. 또한 햇빛을 노란색으로 여겼기에 머리털을 금발로 만들고자 고통을 참으며 햇빛을 장시간 쬐기도 했다.

이에 비해 달을 음산함의 지배자, 즉 악마의 화신으로 보았다. 이를테면 18세기의 유럽에서는 달에 악령이 있어서, 그 마력이 광기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교양인도 그렇게 믿었다. 그 무렵 ‘달에 홀렸다’라는 말은 ‘미쳤다’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였으며, 달빛을 받는 것은 광기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그릇된 지식은 19세기말까지 계속됐다.

 한편 서양과는 반대로 동양(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달을 숭배했으며, 달빛을 매우 소중한 기운으로 여겼다. 옛날 우리 여성들은 시집가기 전에 (여성의 상징인) 보름달빛을 받으며 음기(陰氣)를 보충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것은 장차 아들을 쑥쑥 낳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함에서 비롯된 풍습이었다.

 또 대보름날 밤에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는데 이는 보름달을 풍요․넉넉함의 상징으로 여긴 데서 비롯된 풍속이었다. 예전의 베트남에서도 태음력으로 한 달에 두 번(초승과 보름) 승려와 신자에 의한 기도와 명상행사가 실시됐다. 소승불교의 이 의식은 달을 숭배하는 옛 신앙에서 나온 것으로, 소승불교에서는 달빛 기운이 왕성한 시기를 정신이 회춘하는 때라고 보고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또한 태양의 영험함도 믿었기에 햇빛이 강한 단오․유두날에 (해가 뜨는 방향)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았다.

 해와 달에 관한 이러한 차이는 명절에 있어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서양인은 태양력으로 새해 아침을 가장 큰 명절로 여기는데 비해, 우리는 태음력으로 팔월 한가위와 정월 대보름을 큰 명절로 여긴다. 지금은 설날․추석만 명절이지만 예전에는 대보름날을 설날보다 더 크게 생각했다. 요컨대 해와 달에 대한 관념 비교를 통해 서양인은 남성위주의 사고에 깊이 젖어있던 반면 동양인은 남․여를 고루 배려한 철학을 지녔음을 깨달을 수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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