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파티와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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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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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파티와 잔치국수
 

동․서양의 예절문화는 대조적인 면이 많다. 파티와 잔치에서 그런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 ‘파티'가 사교․친목 등을 목적으로 한 모임이라면 ‘잔치'는 경사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림이 모여 즐기는 일을 뜻한다.

 

다시 말해 서양인들은 개인의 이익 증대를 위해서 파티에 참가하지만, 우리는 한턱을 내거나 축하를 주고받기 위해 잔치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서양에서는 ‘칵테일파티’가, 우리사회에서는 ‘잔치국수’로 보편화되어 있으며 그 유래도 오늘날의 상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칵테일파티의 유래는 고대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시민들은 저녁이면 연회를 열고 술 마시며 토론하기를 즐겼는데, 이때 술은 대화의 매개체였다. 술 자체에 탐닉하는 사람은 예의 없는 무식꾼으로 통했다.

 

로마인들도 이것을 모방하여 저녁이면 사람들을 초대하여 만찬을 즐겼고 포도주 마시기는 로마인들의 관습이 되었다. 그리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먹을 것을 줄줄이 내놓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절로 통했고 대화보다는 과식(過食)을 즐겼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로마인의 와인 기호를 이용하여 로마인에게 타격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으니, 이것이 건배 풍속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 즉 기원전 3세기에 카르타고군이 마취제 넣은 포도주를 로마 병사에게 먹여 전세를 역전시켰으며, 그 후 서양인들은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술 한 병을 나누어 따른 다음 초청자가 먼저 마시어 독주(毒酒)가 아님을 확인하였고 이것이 건배하는 습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여러 사람과 자유로이 환담하며 즐기는 ‘칵테일파티’는 20세기 들어 생긴 풍습으로, 그리스의 연회를 모방하여 생겼다. 차이가 있다면 누워서가 아니라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이때 파티는 상호간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 마련이 목적이므로 술은 도수가 약한 칵테일이 주종을 이루며, 참석자는 과음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이에 반해 잔치는 대화가 아닌 포식을 목적으로 열렸다. 중국이나 한국 모두 기원전 이전에 가을 풍요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하늘에 제사지낸 다음 온백성이 마음껏 먹고 즐겼던 것이 잔치의 시초이다. 평상시 구경도 못한 것을 한껏 먹는 즐거움은 이후 남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오늘날의 잔치문화로 이어졌으니, 이때는 식사가 주종이고 대화가 곁다리일 수밖에 없다.

 

임금이 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 때나, 민간에서 회갑연이나 결혼식 때 수많은 산해진미로 손님들을 접대하는 것은 이와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음식을 초라하게 마련한 주인은 예의 없는 인간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한편, 잔치 때 국수를 대접하는 문화는 고려시대에 생겼다. 당시 밀가루는 매우 귀한 식품이었던 바, 잔칫날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대접하는 것은 최대의 접대로 통했고 이후 지금까지 잔치국수가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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