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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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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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러브
 
 봄이다. 이제 사랑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우리말 ‘사랑’은 ‘헤아려 생각한다’란 뜻의 ‘량(思量)’이 어원이다. 상대방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느냐의 깊이와 무게가 곧 사랑이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영어 ‘러브(love)’는 ‘기뻐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lubere’에서 유래했다. 즉 배려와 쾌감이 사랑과 러브의 실체인 것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인(仁)과 자비(慈悲)는 동양의 대표적 ‘사랑’ 정신이다. ‘효도는 인의 근본’이라는 공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인’은 부모형제라는 혈연에 뿌리를 둔 사랑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이런 감정을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넓히는 것을 뜻한다. 맹자는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사랑이 생긴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慈)’는 진정한 우정이며 ‘비(悲)’는 연민과 상냥함을 뜻한다. 양자는 거의 같은 심정을 가리키고 있으며 중국․한국․일본에서는 자비라는 단어로 하나의 관념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동양에서의 ‘사랑’이란 타인을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서양의 ‘love’는 그리스인의 가치관에서 출발한다. 그리스어로 사랑은 에로스(eros)․아가페(agape)․필리아(philia)라는 3개의 단어로 표현된다. 이들은 사랑에 있어 본질적인 3가지의 위상을 각각 가리킨다. 에로스는 정애(情愛)에 뿌리를 둔 정열적인 자기만족적 사랑, 아가페는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실현되는 이웃에 대한 사랑, 필리아는 독립된 이성간에 성립되는 우애를 뜻한다. 결국 서양의 ‘love’는 누구를 기쁘게 해주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 ‘기쁜 마음의 상태’를 사랑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춘향전>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확인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장애물에 부딪쳤을 때, 춘향이는 이몽룡을 위해서 철저히 수절을 했지만 줄리엣은 기쁨 없는 사랑이 괴로워 죽음을 택했다. 다시 말해 춘향이는 연인을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견딘 반면 줄리엣은 자신을 위해서 고통을 포기한 것인 바, 바로 이 점이 우리식 사랑과 서양식 러브의 차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랑은 어찌하여 타인지향적인가? 그것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까닭이다. ‘애(愛)’는 본디 마음이 벅차 발이 떨어지지 않는 감정의 극한 상황을 일컫는다. ‘정(情)’은 물처럼 조용히 잠겨져 있는 마음을 의미한다. 다른 각도에서 볼 때, 애는 능동적이고 감정이 진한 반면 그 지속시간이 짧다.

 반면에 정은 수동적이고 감정이 담담한 반면 그 지속시간이 길다. 예전의 우리는 애보다 정을 중시한 측면이 있었다.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속담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이에 비해 예전의 서양인들은 정보다 애를 중시했고 그러하기에 이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을 간과하고 애만을 애지중지하는 경향이 있으니 바야흐로 애의 시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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