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은 왜 사막에서 생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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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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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맨은 왜 사막에서 생활할까
 
 보츠와나는 아프리카대륙 중남부에 있는 나라인데, 국토의 절반이상이 사막과 황무지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로서 물이 매우 귀한 편이다. 물이 어느 정도 부족한가하면 이 나라의 상징물에 물과 관련된 특징이 표현될 정도이다. 예컨대 이 나라 국기의 바탕을 이루는 하늘색은 ‘비’와 ‘물’을 상징하고, 화폐 단위인 ‘풀라’(pula)라는 말도 ‘비’와 ‘물’을 뜻한다.

 보츠와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의 줄루족에 밀려난 산(San)족이 보츠와나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 와서 살게 되었다. 다투기 싫어하는 기질로 인해 자신들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산족은 본래 유목민이었지만 물이 부족한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수십명씩 흩어져서 사냥이나 열매 채집으로 목숨을 이었다. 밤에는 사막의 덤불지역에서 잠을 자는 까닭에 서양인들로부터 ‘부시맨’이라고도 불리게 됐다. ‘부시’는 ‘덤불’, ‘맨’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니, 부시맨은 ‘덤불에서 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산족은 생존본능이 매우 뛰어난 부족으로 자연의 특성을 이용해서 물을 찾는다. 동물들이 물 마시러 가는 길을 쫓아가는가 하면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 뿌리를 캐내어 물을 짜 마시기도 한다.

 이들의 수렵은 매우 특이하다. 남자들은 작은 활을 갖고 나서며 사냥할 때는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수화로 어떤 동물이 있는지 동료에게 알린다. 대개는 타조․영양 따위를 목표로 하지만 가끔 기린․돼지처럼 큰 동물이 걸릴 때면 작은 독화살로 명중시켜 상처 입힌 뒤 오랜 시간 추격하여 잡는다.

 사냥에 성공하면 잔치 기분으로 춤과 노래를 즐긴다. 모처럼 단백질 보충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 횡재로 여겨 특별한 관습을 행한다. 고기를 먹기 전에 비곗덩어리를 바위 위에 던져 놓는 일이 그것이다. 새나 들짐승이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신에게 감사를 나타내는 풍습으로 마치 우리나라의 고수레와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산족의 이러한 신앙은 인류 최초의 토테미즘이라는 역사와 맞닿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들은 원시시대부터 동굴에 해와 달, 그리고 각종 동물을 그리며 만족할만한 사냥을 기원해왔던 것이다. 심지어 메뚜기조차 초자연적 존재로 여긴 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감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인다. 질서가 없는 것 같지만 나름의 자연존중 생활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열매를 딸 때는 반드시 씨앗이 될 건 남기고, 동물을 잡더라도 물 마시러 오는 길목에는 절대로 덫을 놓지 않는다. 이런 마음씨는 생물에게조차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있으므로 산족은 물이 귀한 사막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더구나 사막에 살겠다는 부족이 드물므로 누군가와 싸울 염려도 없으니 그냥 사막에서 사는 것이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면 산족은 뒤떨어진 미개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 살펴보면 산족의 생활은 여느 선진국 못지않은 이른바 ‘웰빙’주의에 다름 아니다. 우선 이들은 일주일에 7시간 정도만 일한다. 최소한의 식량을 마련한 다음 마음 편히 쉬는 것인데, 유럽 노동자의 1주 40시간보다 훨씬 삶의 질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식량을 완전히 균등하게 나눔으로써 불필요한 소유욕을 미리 예방하고 있으며, 인간관계 역시 대등한 입장에 있다. 동양사회처럼 나이에 기초한 서열의식도 없고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1980년 <부시맨>이라는 이름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니 카우는 나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영화 <부시맨>은 칼라하리 사막에 떨어진 콜라병으로 인해 벌어진 소동을 다루어 큰 화제를 낳은 바 있으며, 덕분에 부시맨 종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지 않는다. 시간관념이 희박하므로 생일이나 환갑 등의 기념일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특별한 날을 잊지 말고 꼭 챙겨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버리고 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족은 ‘무소유의 평화’를 추구하는 도인(道人)이기도 하고,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는 선진국사람이기도 하며, 산천을 즐기며 유유히 떠돌아다니는 자유주의자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산족은 개발 물결이 밀려와도 그에 휩쓸리지 않고 더 외진 곳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명인과 산족 중 누구의 삶이 더 풍요로운지 자문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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