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으로 살펴본 무역 문화 및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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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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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으로 살펴본 무역 문화 및 기질

상대에게 호감 표시한 행위가 오해로 인해 오히려 불쾌감을 준다면 크게 당황할 것이다, 인간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무역이나 수출입에 있어서도 상대국 문화를 몰라 어이없게 실패하거나 곤란을 겪는 일이 드물지 않다.

만약 그리스로 수출하는 스포츠용품 광고에 승리 뜻하는 V(브이) 손동작을 강조하거나 호주 수출 상품에 이른바 ‘엄지척’ 손동작을 그려넣으면 그 상품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왜냐하면 그리스에서 V(브이) 손동작은 오물을 던진다는 모욕적인 몸짓이고, 호주에서 엄지척 손동작은 엉덩이에 엄지를 쑤셔 넣겠다는 욕설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상대에 대한 배려로 큰 사랑을 받고, 현지화 전략으로 기대 이상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다.


사례 1.
19세기 중엽의 일이다. 서양인으로부터 맥주 기술을 배운 일본 맥주회사는 수출용 맥주를 만들고 그 이름을 ‘에비스(Ebisu)’라고 지었다.
제1차 판매지역을 만주로 결정하고 1860년 최초로 맥주를 수출했다. 당시 만주에는 러시아 세력이 크게 침투해 있었으며 특히 뤼순과 다렌에는 러시아인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일본 맥주회사는 바로 그 러시아인들을 판매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에비스 맥주는 일본측 기대와 달리 뤼순과 다렌에서 전혀 팔리지 않았다. 대부분 러시아인은 에비스 맥주를 보고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으며, 일부 러시아인은 에비스 맥주를 보자마자 땅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에비스’는 일본에서 상가(商家)를 수호하고 재물을 나눠준다는 칠복신(七福神)의 하나이다. 하지만 러시아어로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상스러운 욕이다. 일본 맥주회사는 그걸 미처 몰랐고, 그로 인해 낭패를 본 것이다.


사례 2.
1996년의 일이다. 세계적 패스트푸드회사 맥도널드는 인도에 처음 진출하면서 현지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맥도날드 햄버거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없습니다.”
1996년 세계적 패스트푸드회사 맥도널드는 인도에 첫 매장을 열면서 위와 같이 적극 홍보했다. 인도에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많음을 감안한 홍보였다. 주력 메뉴가 없었지만 대신 인도 특유 향신료 가미한 소스를 햄버거에 넣고, 맥 얄루 띠끼(감자 커틀렛)을 비롯한 현지화 메뉴를 개발했다. 기름도 식물성만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닭고기와 양고기를 다루는 주방과 채식제품을 조리하는 주방을 별도로 두는 정성을 보였다. 의심 많은 인도인 성격을 감안한 조치였고, 이런 노력들이 현지인 마음을 파고들면서 정착에 성공했다.


위 두 건은 문화를 모르거나 알기에 벌어진 현지화의 대표적인 실패와 성공 사례이다. 문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여 우리나라와 근접한 중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핵심 문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인은 왜 콴시를 중시하는지, 일본인의 말은 왜 불명확한지, 러시아인은 왜 권위적인지 등등 그 나라의 관습 및 기질을 알아두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콴시의 나라, 중국
중국인은 [삼국지연의]를 통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지만 자기 욕심에 따라 배반하는 사람도 적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그러하기에 중국인은 사람 사귈 때 첫인상으로 간단히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지내면서 점차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기를 좋아한다. 처음 보았더라도 기분만 통하면 그날로 친구가 되는 한국인과 크게 다른 점이다.


때문에 중국인과 사귀기란 쉽지 않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일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중국인 입장에서 아직 상대를 믿지 못한다는 뜻인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만남을 통해 믿음이 생기면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라지면서 여러 모로 가족처럼 배려해준다. 이런 관계를 중국인들은 ‘콴시(關係)’라고 한다. 핏줄처럼 가까운 인연이란 뜻이다. 콴시는 인간적 유대관계인 동시에 공존의 이해관계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익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하나 더 알면 길이 하나 더 생긴다’는 중국 속담이나 ‘중국에서의 모든 일은 콴시에 의해 좌우된다’라는 속언은 그런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하기에 중국인과 거래하려면 무엇보다 콴시를 맺어야한다. 다만 이때의 콴시는 편법이 아니라 믿음을 쌓아가는 과정임을 주지하고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콴시는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과 함께 개인적 콴시보다 여러 인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콴시는 중국에서 일을 풀어가는 실마리임에 분명하지만 모든 걸 해결해주는 열쇠는 아닌 것이다.


요컨대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끈끈하고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자신이 그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줘야 한다.


조직과 배려의 나라, 일본
일본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번영을 위해서 개인 욕망을 극도로 억제하면서 미래에 대비해 나가는 경향이 강하다. 흔히 일본인을 축소지향이라고 하는데, 개인 욕망은 축소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하여 조직을 확대해 나가는 특성이 있다.


튼튼한 중소기업이 많고, 장인 정신을 지닌 오래된 가게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적인 정신으로 자기 일에 집중하고 사소한 불편도 고쳐나가려는 관점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결국 조직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문화를 낳은 것이다.

가정교육 또한 집단주의에 기초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이며, 이러한 예절교육은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를 형성하였다. 보통 일본인은 좋고 나쁜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과 마찰을 피하려는 타인 배려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출입 상담을 하면서 일본인이 제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면, 그건 긍정적 답변이 아니라 부정적 의사 표시임을 알아야 한다. 상대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일본 특유의 배려 정신이 명확한 거절 대신이 완곡한 은유를 하게 만든 것이니까. 만약 일본인이 제안에 관심 있다면 답변에 대한 정확한 날짜를 같이 말해줄 것이다.


타인 배려 문화는 상품 제조에도 반영되어, 일본 제품은 아담하고 모양새가 좋으며 소비자 구미에 맞고 나아가 비록 상업적이기는 하나 일본인의 친절함을 생각하게 한다. 타인 배려는 실용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강자를 존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러시아
러시아인은 위계질서 의식이 강한 편이다. 몹시 추운 열악한 자연 환경이 강한 사람을 존중하고 따르는 풍토를 조성했으며, ‘강자 우선의 생활관습’을 낳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장에 대한 존중이 엄격하며, 식사 때 연장자가 먼저 시작해야 아랫사람들이 뒤따르는 식의 경로사상이 있다.


자존심이 강해서 조롱을 받으면 강하게 반발하고 패배에 못 견디는 근성을 갖고 있는 것이나, 여자라 하더라도 애교하고는 거리가 먼 것도, 러시아에서 역도 장사가 많이 배출되는 것도 강자 우선 문화의 산물이다.
러시아의 도로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날 경우 주먹이나 도구로 힘을 과시하는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르게 말하면 러시아인은 지도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기질이 강하다.
이런 정서는 기업 문화에도 반영되어 수동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 직장인들은 경영자나 상급자에게 반대되는 창의적 의견을 내기보다는 지시에 따라 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러시아인과 상대할 경우 좀 답답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또한 빠른 진척을 바란다면 담당자 못지않게 상사에 대한 접근과 공략도 필요하다.


러시아인의 또 다른 특징은 예술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점이다.
발레는 러시아의 자랑일 정도이고, 20세기 들어서 러시아 발레단은 세계 발레계를 주도했다. 1909년 파리에 디아길레프가 조직한 러시아 발레단은 진보적인 안무(按舞)로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하였고, 현재까지도 유명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러시아인과 발레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다면 또는 음악이나 다른 문화적 공감대를 나눌 수 있다면 비즈니스도 한결 원활히 이끌어나갈 수 있다.


이밖에도 나라별 상징은 더 많으니, 사업이 더 번성하려면 좀 더 찾아 알아둘 일이다.
 
월간 신용사회   글. 박영수(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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