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념하는 세계 축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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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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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념하는 세계 축제 비교
 
한국의 봄꽃축제 문화
  봄에는 만물이 생동한다. 그저 보기만 해도 좋은 계절이다. 우리말 ‘봄’은 온갖 새싹들이 솟아나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보다’에 어원을 두고 있으니, 참으로 멋진 단어다.   


  우리 조상들은 삼짇날(음력 3월 3일)에 보는 행복을 한껏 즐겼다. 이날 사람들은 대부분 진달래꽃으로 떡, 국수, 술을 만들어 들에 나가서 먹는 화전놀이를 하였다. 화전(花煎)은 ‘꽃다림’이라고도 하는데,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쌀가루에 반죽해 만드는 화전은 봄철의 특별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왜 화전 재료가 진달래꽃일까? 개나리와 철쭉도 봄에 피지만 둘 다 꽃잎에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반면에, 진달래는 꽃을 따서 먹을 수 있기에 ‘참꽃’이라고도 불렀다. 그러하기에 진달래꽃을 통해 봄날의 향기를 눈과 코와 입을 통해 온전히 느끼려한 것이다.  

  하지만 삼짇날 풍속은 근대화와 더불어 어느 사이 사라졌고 봄꽃축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오늘날 시기적으로 가장 빠른 봄꽃축제는 ‘광양 매화축제’이다. 전남 광양에서 해마다 3월 중순에 열리는데, 1997년 품질 좋은 매실을 홍보하고자 개최한 이래 섬진강과 잘 어우러진 매화꽃 풍경이 큰 호응을 얻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역사적 시기로 따진다면 ‘진해 군항제’가 단연 으뜸이다. 1952년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진해 복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지내다가 1963년부터 ‘진해 군항제’란 이름으로 축제를 개최했으니 말이다.

 
 ‘군항제’는 ‘해군 기지가 있는 항구’라서 붙은 이름이며, 진해 곳곳의 벚꽃 풍경이 환상적이어서 해마다 찾아가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진해의 벚꽃나무는 광복 이후 일제의 잔재라 하여 베어지는 수난을 당했으나 1962년 원산지가 제주도인 왕벚나무임이 밝혀져 오해를 벗었다.
 

러시아식 봄맞이 축제 마슬레니차
  우리나라의 봄축제가 꽃을 보고 향기를 느끼는 문화라면, 러시아의 마슬레니차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확인하는 봄맞이 행사이다. 

  마슬레니차는 러시아 정교 금욕 기간인 사순절 이전 일주일 동안 행해진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문틈을 막아뒀던 종이를 떼어낸 다음 창문을 크게 열고 봄 공기를 마음껏 호흡한다. 우리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나 TV아나운서는 “마슬레니차가 드디어 왔습니다!”고 말할 정도로 러시아인에게 따뜻한 계절은 소중한 선물인 까닭이다.  


  축제에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러시아인은 일주일 동안 블린을 배불리 먹으면서 ‘축복, 풍요, 건강’ 등의 행운을 기원한다. 슬라브 민족 신화에서 봄을 상징하는 태양 신 ‘야릴로’가 암흑의 겨울을 몰아냄을 기념하고자 둥근 태양을 상징하는 노랗고 둥근 블린을 구워 먹는 것이다. 

  블린은 납작한 밀전병에 갖가지 내용물을 얹어 말아서 먹는 음식이다. 블린 요리의 핵심은 밀전병 위에 얹는 고명이다. 대중적인 버터에서부터 값비싼 캐비아에 이르기까지 취향이나 형편에 따라 제멋대로 싸서 먹는다. 

  다만 육류는 금기로 여겨진다. 러시아어의 마슬로(maslo)는 버터를 의미하는데 마슬레니차 축제기간에 육식 대신 버터를 허용함으로써 마슬레니차(치즈 주간)라는 말이 생겼다.  


  마슬레니차의 또 다른 즐거움은 놀이문화에 있다. 예전에는 트로이카(말 세 마리가 끄는 러시아 특유의 썰매 마차)를 타고 용맹함을 겨뤘으나, 요즘에는 눈썰매를 타면서 속도감을 즐긴다. 한쪽에서는 술 마시고 춤을 추며 자유를 만끽한다.


  축제 마지막 날엔 겨울을 상징하는 허수아비 인형을 태우며 액운을 내쫓는 의식을 치른다. 사람들은 종이쪽지에 불행, 슬픔, 아픔, 걱정 따위를 적어 허수아비의 주머니에 넣고 불과 함께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요컨대 마슬레니차는 원래 민간신앙의 태양맞이 춘분 축제를, 러시아 정교가 흡수하여 날짜를 당기고 음식문화를 변형시켜 재탄생시킨 쾌활한 봄맞이 축제인 것이다.
 
 
필리핀의 바기오 파낙벵가 축제
  그런가하면 필리핀에서는 파낙벵가 페스티벌이 봄축제로 유명하다. 대략 3월 전후에 한 달 동안 진행되는 행사이며, 필리핀 바기오시에서 개최된다. 


  “꽃 받으세요!”
  축제가 벌어지면 예쁜 꽃으로 치장한 퍼레이드 참여자들이 전통 춤을 추면서 형형색색 열대 꽃들을 관광객에게 나눠준다. 따라서 축제에 온 사람들은 그야말로 꽃천지 세상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필리핀 각지에서 몰려들 정도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 유래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다. 1990년 휴양도시 바기오에서 진도 7.8 대지진이 일어나 대형건물이 여러 채 붕괴되고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 후유증은 오래 갔고 주민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던 1995년 2월 주민들의 슬픔과 불행을 위로해주면서 관광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꽃축제가 열렸다. 원주민어로 ‘다시 피어나는 계절’, ‘활짝 피어나는 계절’이란 의미의 ‘파낙벵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기운을 내라’는 격려를 담은 행사였다. 

  주민들은 마을을 꽃으로 장식하고 꽃수레를 만들어 행진하면서 다시금 밝은 마음을 되찾았고, 이 파낙벵가는 화려한 열대 꽃들로 장식된 꽃수레 행렬과 필리핀 전통 민속 춤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꽃잔치로 필리핀 전역은 물론 외국에까지 알려지기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파낙벵가 페스티벌은 아픔을 잔치로 승화시킨 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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