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표시의 상징과 의미
세계 각국에는 처음으로 세상을 만든 창세신화가 전해오는데, 묘하게도 거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태초에 번개와 천둥이 치자 천지가 갈라지면서 하늘과 땅이 생겼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신화의 경우 거인이 하늘을 들어올리자 번개가 일어나면서 붙어있던 천지가 갈라졌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게르만 신화의 으뜸 신 토르는 쇠망치로 벼락을 내리치며, 그리스 신화에서 신 중의 신인 제우스는 번개의 신으로서 모든 것을 번개로 응징한다. 이때의 번개는 파멸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무언가가 없어지면 그곳에서 새로운 무엇인가가 생겨나는 까닭이다. 그런데 번개를 지그재그 기호로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르릉 쾅쾅!”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벼락이 내리치면 두려움에 떨었다. 컴컴한 소나기구름 사이로 번쩍이는 번개는 눈을 깜짝 놀라게 하고, 엄청난 천둥소리는 귀에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번개는 하늘에서 신이 내던지는 불(火)화살이요, 천둥은 신이 큰 북을 쳐서 내는 소리로 생각했다.
하지만 번개는 구름과 구름(혹은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꽃 방전(충전된 전지로부터 전류가 흐름)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번개는 소나기구름에서 일어나고 천둥을 동반한다. 하늘에서 내리치는 번개의 전압은 1∼10억 볼트이며, 번개 하나의 전기에너지는 100와트 전구 10만개를 1시간가량 켤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하다. 따라서 번개를 맞은 물체는 불에 타거나 파괴되므로, 사람들은 번개를 두려워한다.
번개는 소나기구름의 아래쪽에 모인 음전하가 땅에 있는 양전하로 이동하면서 생긴다. 공기는 본래 절연체(전류 흐름을 막는 물체)이지만 높은 전압에 걸리면 이온화해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때 공기 중에는 이온화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기에, 번개는 전류가 잘 흐르는 곳을 찾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간다. 즉 저항이 가장 적은 곳으로 전기가 흐르는 것이며, 번개가 지그재그 형태로 표현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번개라고 해서 반드시 지그재그로 내려치지는 않는다. 공기 저항이 별로 없다면 일직선으로 내리치고, 공기 저항이 심하다면 여러 형태로 꺾어진다. 그렇지만 기호로 만들 때는 단순화시켜야 하므로 지그재그 모양의 ⚡로 그리곤 했다.
한 예를 들면 페루 남부 해안의 오래된 유적지에는 불가사의한 다양한 그림이 평평한 땅에 돌과 선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는 지그재그 모양의 번개와 강물도 있다. 약 2천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번개를 지그재그로 본 것이다.
자연현상 속의 번개는 두려운 대상이지만 전설 속의 번개는 특별한 능력이나 신호로 여겨졌다. 그러하기에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은 1990년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스코틀랜드 전설에 착안하여 ‘이마에 번개 자국이 있는 소년 이야기’를 구상했고, 그걸 바탕으로 1995년에 <해리 포터>를 완성했다. 이때 롤링은 해리 포터 이마에 있는 번개 무늬를 통해 소설 속의 해리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선택받은 자임을 나타냈다.
기호로서의 번개는 강하고 빠르다. 그 점에 주목하여 독일 자동차 회사 아담 오펠(Adam Opel)은 1930년부터 동그라미 안에 가로로 그려 넣은 번개 무늬를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해오고 있다. 여기서의 동그라미는 바퀴 혹은 영원을 나타내고, 가로로 된 번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임을 상징한다.
“빠르다! 정확하다!” 미국의 인텔과 애플은 2011년 6월, 초고속 대용량 포트 기술을 선보이면서 ‘선더볼트(ThunderBolt)’라고 명명하고 동시에 위에서 아래로 향한 화살표 모양의 번개 기호를 등록상표로 선보였다. 번개처럼 빠르고 강력하며 화살처럼 정확하게 이동하는 전송 기술임을 이름과 기호로 강조한 것이다. 데이터 전송속도 10Gbps로, 최근 나온 USB 3.0보다 2배 빠르고 USB 2.0보다 20배 이상 빠르다 하니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이밖에도 번개를 이름이나 기호로 사용하여 빠르고 강함을 나타낸 사례는 수없이 많다. 다만 예전에는 강한 공격성에 비중이 더 높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빠른 속도에 더 많은 비중이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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