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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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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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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모의 의미와 상징
인류 최초의 움막집은 허리 정도 깊이로 땅을 둥글게 파고 그 둘레에 나무(혹은 매머드 뼈)로 기둥을 세운 다음 그 위에 지붕을 얹어놓은 모습이었다. 또한 초기 움막집은 엎어놓은 깔때기처럼 생긴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다. 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오늘날 자주 이동하는 유목민족의 집도 대부분 둥근 형태로 지어진다.
그런데 현대의 집은 왜 대체로 네모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유는 건축물의 효율성에 있다. 평지에 벽체(벽을 이루는 구조 부분)를 세울 때 사각 또는 직각 구조는 튼튼하고 안정적이다. 더구나 벽돌로 차곡차곡 벽을 세울 경우에는 비뚤어졌는지 똑바른지 확인하기에 편리하다. 경계를 구분하거나 공간을 나눌 때에도 사각이나 직선은 원이나 곡선보다 정확히 설정할 수 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내 땅이로다.” 사람들은 자기가 머물 공간을 확보할 때 땅에 직선으로 사방을 표시했다. 농경민족은 한곳에 모여 살면서 사각형 형태 집을 연이어 지었다. 서양의 신전을 비롯한 종교적 건물도 네모지게 세워졌다. 옛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동전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 땅이나 공간을 나타냈다.
이런 연유로 사각형 즉 네모는 땅 혹은 공간을 상징했다. 같은 맥락에서 훗날 여러 나라의 국기는 네모가 대세를 이뤘다. 기호로서의 네모는 완전히 둘러싸인 곳이자 소유자가 확보한 공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사각형은 균형 잡힌 완전체이다.” 고대 힌두교에서는 네모를 성스러운 중심의 기초로 생각했으며, 고대 그리스인은 네모 모양에 따라 그 의미를 더 미묘하게 구분했다. 예컨대 한 변을 밑변으로 하여 서있는 사각형(□)은 안정을 나타내고, 한 꼭지점으로 서 있는 사각형(◇)은 운동을 나타내며, 중심에 원이 있는 사각형( )은 세계령(世界靈 초월적 이미지의 집합체)의 상징으로 여겼다.
“밖을 내다보고 싶어.” 네모는 건물 벽체에서 또 한 번 힘을 발휘했다. 벽에 창문을 낼 때 사각형으로 해야 하중을 잘 견딜 수 있는 까닭이다. 초창기 창문은 불투명한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건물 안에서 밖을 보려면 창문을 열어야 했다. 그러나 유리 발명과 더불어 투명한 유리창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창문을 열지 않고도 외부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찌됐든 창문은 외부세계로 통하는 통로처럼 인식되었다. 한 예를 들면 이슬람 건물 특유의 마쉬라비야(mashrabiyya 격자무늬 설치망)는 여성에게 답답한 숨을 터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졌다.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창문 틈새로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한 장식이기에 그렇다.
“집을 그려보렴.” 오늘날 아이에게 집을 그리라고 하면 네모진 건물 벽에 경사진 지붕, 그리고 네모 창문을 그리기 일쑤이다. 예전에는 네모에 땅의 상징이 가득했지만 근대 들어서 창문으로서의 상징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 로고가 있으니 MS(마이크로소트)사의 윈도(Windows)이다. MS가 1992년 발표한 윈도 3.1은 MS-DOS를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윈도 소프트웨어 계열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래픽 인터페이스(접속 장치) 운영 환경에 있다.
비록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모방하기는 했으나 명령어 입력 방식이 아닌 마우스 클릭 방식이 대단한 변화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여 MS는 3.1을 출시하면서 4가지 색 무늬 창문을 로고로 내세웠다.
여기서의 이동하는 듯한 네모 창문은 안에서 밖으로의 혁신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MS는 2001년 윈도 XP를 출시하면서 네모 창문의 외곽선을 없애고 물결치는 깃발로 바꿔 탐험과 발견의 의미를 더했다.
그렇지만 네모는 기본적으로 한정된 공간과 고정된 세계를 의미하는 기호로 쓰이고 있다. 네모 안에 LEGO라고 쓰인 장난감 회사 레고의 로고는 나무벽돌 모양이자 고정된 공간 창조의 상징이다. 그런가하면 미국 음악 방송 채널 MTV는 입체감 있는 네모 로고를 이용해서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는 공간임을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