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결혼 역사문화. 한국 최초 허니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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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결혼 역사문화. 한국 최초 허니문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허니문 카가 등장한 것은 1927년의 일이었다. 당시 이정옥이라는 젊은 여성이 집을 담보삼아 구입한 미제 자동차 뷔크로 안국동 모 대신의 아들 부부에게 서울에서 황해도 백천온천까지 안내한 것이 효시였다. 이후 그녀는 신혼부부를 태우고 유명 온천지를 누비면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0년 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자가용 붐을 타고 오색 테이프에 깡통이나 고무풍선 등을 단 허니문 카가 등장하여, 요즘은 하나의 결혼 풍속이 되어 버렸다. 차이가 있다면 신혼여행지가 아니라 대개 공항까지 안내하는 것이고.

  결혼은 개인에게 더없이 중요한 통과의례임이 분명하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이제부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결정하며 일을 처리해 나가야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많은 문화권에서는 ‘두 사람이 평생 한 마음으로 살라’는 뜻에서 나름의 신성한 관습을 행하고 있다. 예컨대 멕시코에서는 결혼식 때 가운데를 묶은 8자형 밧줄을 신랑․신부의 목에 건다. 캄보디아의 크메르족은 신혼부부의 팔목을 명주실로 묶는다. 쿠바인들은 까만색 숄을 함께 두른다. 모두가 ‘결속’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하나 세계공통의 특징은 화려한 전통혼례복 대신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는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중동․남미 등에선 이미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이 지배적이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인들의 결혼예복이었던 흰색 웨딩드레스는 19세기 이후 서구문명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결혼예복의 상징으로 일반화되었는데, 세계인이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아시아는 아직까지 전통의 흔적이 다소나마 남아 있다. 태국은 대부분의 남녀가 전래의 방식을 고집하고 일본의 경우 신혼부부의 절반 정도가 전통 혼례복을 입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젊은 남녀중 전통 혼례식을 택하는 숫자는 실로 미미하다. 더군다나 한국 결혼식엔 서구 문화의 입김이 거세게 들어가 있다.

  한국의 전통 결혼식은 전안례․교배례․합근례․구고례(폐백)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중에서, 신부가 친정에서 준비해온 대추․육류 등의 음식을 상에 차려놓고 시댁 어른들에게 첫인사를 올리던 구고례 정도가 서구식 결혼식 뒤에 행해질 따름이다. 그나마 이 풍속도 ‘아들’에 대한 집착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어로 대추(棗)․밤(栗)․아들(子)이 ‘早立子’(빨리 아들을 봄)와 발음이 같은 데서 비롯된 이 풍속은 역대로 계승되고 있다.

  그 외에도 뜻도 모르고 따르는 결혼풍속이 많은 것은 참으로 아쉽다. 허니문 카만 해도 그렇다. 사실상 시끄러운 깡통과 요란한 풍선으로 장식하는 것은 국적불명의 문화이다.

  본래 허니문 카에 매다는 깡통은 악령퇴치와 관계가 있다. 귀신들은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싫어한다고 믿었기에 신혼부부를 축하하는 사람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었던 것인데, 이것이 자동차에 깡통을 매다는 형태로 바뀌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허니문 카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신혼여행은 1897년 2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어느 신혼부부가 흰 장미로 뒤덮인 ‘피슨’이라는 자동차로 떠난 것이었으며, 그 뒤 프랑스에서는 친구들이 꽃으로 허니문 카를 장식해주는 관습이 생겼다.

  현재 결혼식은 각종 첨단 이벤트가 동원되지만, 실상 그 뜻은 고대인들의 관념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의미는 변질된 채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이라는 말에 지나치게 얽매여 사치로 흐르고 있을 뿐이다. 결혼은 장식이나 의식을 통해서 행운을 보장받는 행사가 아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죽을 때까지 하나가 되도록 다짐하는 ‘약속’이자, 그 약속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는 ‘자랑’임을 차분히 되새겨볼 때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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