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미인 야사 - 아그네스 소렐과 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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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미인 야사 - 아그네스 소렐과 향비

 그 기준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미인에 대한 관심은 태초시대부터 있었다. 때론 풍만한 몸매가 예쁜 얼굴보다 대우받았고, 때론 완벽한 이목구비를 갖춘 얼굴만으로 미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진정한 미인은 얼굴과 몸매가 조화를 이룬 여성이어야 했던 바, 그 조건은 실로 까다로웠다. 예컨대 르네상스 시대에는 큰 엉덩이, 통통한 허리, 튼튼한 허벅다리가 미인의 조건이었다.

그래서 이 시대 여성들은 다투어 살찌려고 노력했다. 유방은 크기보다 모양이 중시되었고, 여인들은 유방을 예쁘게 보이는데 치장의 중점을 두었다.

유방의 미를 예술적으로 보이기 위해 성녀 마리아를 이용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예는 쟝 푸케가 1450년 샤를 7세의 애첩 아그네스 소렐을 그린 초상화로서, 이 그림 속에서 아기 예수를 무릎 위에 안고 유방의 아름다움을 노출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바로 소렐의 모습이었다. 한쪽 가슴을 드러낸 것은 아름다운 형태를 자랑하기 위함이고…….

 소렐은 당시 사교계에서 ‘미인 중의 미인’이라 불렸는데, 그녀는 프랑스 역사를 방탕으로 흐르게 만든 출발점이기도 했다. 하급 귀족의 딸로 태어난 소렐은 어렸을 때 샤를 7세의 처남인 르네의 아내였으나, 1444년부터 샤를 7세의 정부가 되었다. 그해 낭시에서 열린 호화로운 궁전 축제에서 왕은 소렐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매혹됐으며 이후 그녀는 죽을 때까지 왕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미모에 눈먼 왕은 소렐에게 엄청난 재산과 성과 땅을 하사했고, 나아가 왕비의 지위와 명예까지 부여했다. 국왕이 정부(情婦)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프랑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이후 프랑스 국왕이나 귀족들은 너나없이 정부를 두었다. 그렇지만 이 조치는 국민을 분개시켰고 질시와 음모를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소렐이 넷째 아이를 낳은 직후에 이질에 걸려 급사하자 독살이라는 추측이 나돌아다녔다.

 서양에 소렐이 있다면, 동양에는 향비라는 독특한 미인이 있다.

 18세기 중엽, 중앙아시아(지금의 신강 지역) 위구르족 족장이 무척이나 애지중지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의 인연은 금방 끝나고 말았다.

1759년 청나라가 쳐들어와 족장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청나라 군사들은 그 미망인을 베이징으로 압송하였는데, 건륭제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다. 건륭제는 그녀의 환심을 끌기 위하여 온갖 정성을 쏟았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라고 작은 모스크와 이슬람식 방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끝내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2년 뒤 건륭제가 없는 틈을 타서 자결하기에 이르렀다. 일설에는 건륭제의 모친이 그녀에게 자결을 명했다고 한다. 황제로 하여금 국사를 소홀히 여기게 만든 죄로 인해서…….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면 건륭제가 그토록 사랑했을까? 아니었다. 매력의 정체는 ‘미모’가 아닌 ‘향기’였다. 그녀는 ‘향비(香妃)’라는 이름이 붙여질 만큼 매력적인 선천적 체취를 풍겼던 바, 이것이 위구르족 족장을, 또한 건륭제를 황홀하게 하였던 것이다. 향비의 체취는 꽃향기(名香)와도 같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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