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와 보신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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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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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와 보신음식문화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색다른 음식을 즐겼지만 약의 개념으로 먹지는 않았다. 예컨대 고대 로마인들은 소스를 바른 두루미라든지, 다진 고기를 잔뜩 넣은 암퇘지의 젖통을 비롯하여 무려 1천가지에 달하는 요리를 먹었으니 그야말로 별식이었지 보신식은 아니었다. 굳이 보신식을 찾자면 현재 서양에서 일반적인 저녁 식사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비프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르네상스 이후에 등장했다. 14세기의 페스트 창궐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자 15세기경 살아남은 남자들이 황무지를 개척하기 위해 잘 먹었던 것이다. 동양에서는 중국인들이 보신식에 관심이 많았고, 돼지고기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대부분의 요리에 돼지고기를 빠뜨리지 않았으며 중국요리 이름에 ‘육(肉)’자가 들어간 것은 돼지고기 요리를 뜻한다. 돼지고기가 선호되었던 이유는 맛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 좋은 보신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광산 근로자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그 어디보다도 보신식문화가 보편화된 나라가 있으니 바로 한국이며, 개고기․육개장․꿩만두는 대표적인 보신식이다. ‘보신식’은 다른 말로 하면 식보(食補)의 개념이다. 식보는 ‘약이 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삼복 때 즐겨먹는 구장(狗醬:개장)은 6세기 중엽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무렵 쓰여진 <형초세시기>에 구장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건너온 것으로 추측되며, 그때부터 서민들에게 인기있는 보신식으로 자리잡았다. 복날에는 개를 패서 잡았는데 그 이유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개고기는 오랫동안 구장 혹은 개장으로 불려지다가 일제 말기에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복날 개고기를 먹은 것은 오행사상 때문이다. 오행에서 여름은 ‘화(火)’에 해당되기에 뜨거운 여름날은 ‘화’기운이 극성하여 불에 약한 ‘금’기운이 쇠퇴한다. 그런데 개는 오행에서 ‘금(金)’에 해당된다. 그래서 ‘금’기운이 왕성한 개고기를 먹게 된 것이다. 개중에서는 특히 노란개 이른바 ‘똥개’를 으뜸으로 쳤는데 이는 ‘황금색=금’으로 색깔과 발음을 동일시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바로 노란색이 ‘금’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한편 국립보건원이 1996년 성분분석을 한 결과 단백질이나 칼로리가 다른 고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개고기는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는 점이 보신탕이 지닌 영양학적 이점이라고 한다. 개장국이 식성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지라 경상도 대구에서는 개고기 대신에 소고기를 넣어 얼큰하게 이열치열의 보신탕을 만들었다. 이때 소고기를 뜻하는 ‘육(肉)’을 덧붙여 마치 개장국처럼 끓였다는 뜻으로 ‘육개장’이라 불렀다. 개고기와 육개장이 여름철 서민을 위한 보신식이라면, 꿩만두는 상류층을 위한 보신식이었다. 고려시대에 중국으로부터 만두를 받아들이자마자 궁중에서 재료를 차별화하여 겨울철 별미로 생치(꿩)만두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꿩은 산중에서 밤․콩․곤충을 먹고 더욱이 한약재인 반하(半夏)를 즐겨 먹어 진미일품으로 여겼다. 뼈 속까지 산채(山菜)의 효과가 있다하여 뼈와 고기를 함께 다져넣은 만두를 으뜸으로 쳤다. 특히 한국의 보신식은 그 속뜻이 시식(時食), 즉 계절식과 맞닿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인체의 장기(臟器)와 계절의 상관관계 속에서 보신식을 찾아낸 것이다. 이를테면 봄에는 간장의 기(氣)가 활발한데 간장에는 ‘신맛’이 좋다하여 새콤하게 무친 봄나물을 먹는다. 또 여름에는 심장인데 ‘쓴맛’이 좋으며, 삼복에는 위장인데 ‘단맛’이 좋아 보신탕을 찾는다. 북한에서 개고기를 단고기라 하는 것은 여기에 근거를 둔다. 가을에는 폐장의 철이라 ‘매운맛’이나 매운탕이나 고추장찌개가 좋고, 겨울에는 신장이라 ‘짠맛’이 좋아 동치미국물과 짠지 등 소금에 절인 음식을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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