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명절 별식 역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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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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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명절 별식 역사문화
 
원시시대 이후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개인일 때보다 능률은 올랐으나 묘하게도 노동의 양은 늘어만 갔다. 그러나 일만 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쉬는 날이 생겼다. 그런데 단지 쉰다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날의 느낌이 약했다. 때문에 특별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탄생했다. 흥겨운 놀이마당이 펼쳐지고 맛있는 음식이 식욕을 돋우었다. 특히 별식(別食)은 단순한 영양분 이상의 상징을 지녔기에 명절이 되면 반드시 챙겨먹는 관습이 생겼다. 예컨대 동짓날 팥죽은 겨울철에 필요한 영양요소를 보충하기 위해 먹으면서도, 천연두 귀신이 붉은색을 싫어하므로 마마를 앓지 않으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미신이 곁들여졌다.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별식이 많은 계절은 가을이었다. 일년내내 먹거리가 풍성한 열대문화권과 달리 사계절이 있는 문화권에서는 가을철에야 비로소 농사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을철의 별식은 ‘기쁨 두 배’를 만끽하는 이벤트로 널리 성행했다. 중국의 월병(月餠)과 우리의 송편, 그리고 미국의 칠면조요리는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월병은 중국에서 ‘신선과자’라고도 불리며 중국인들은 명절 때마다 먹는다. 여기에는 유래가 있다. 중국이 북송과 남송으로 대치상태에 있을 때의 일이다. 백성들은 잦은 전쟁과 피난살이에 몹시 지친 나머지 평화를 기원하는 별식을 만들어냈다. 추석이면 하늘이 높고 날씨가 상쾌하며 달이 가장 둥근 데 착안하여 보름달처럼 둥근 과자를 먹으며 ‘인간의 삶이 달처럼 모두 원만하게 둥글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중국인은 설날․대보름날․추석 때 반드시 월병을 먹는다.

  우리의 경우 추석 때 송편을 먹는다. ‘송편’이란 쌀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깔고 찐 떡을 말한다. 옛날에는 송병(松餠)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송편의 모양은 보름달이 아니라 반달이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둥근 보름달 아래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는 데에는 ‘계속 발전’이라는 기원의 뜻이 담겨 있다. 즉 반달이 보름달이 되듯 좋은 일이 더욱 커지고 계속 이어지라는 바램에서 송편을 먹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중국인이 원(圓)으로 상징되는 완성된 상태를 좋아하는 반면, 우리는 성장으로 상징되는 발전하는 상태를 선호하는 데서 비롯됐다고도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는 칠면조요리를 먹는다. 사실 칠면조고기는 그다지 맛있는 편이 아니지만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모여 먹는 풍습을 지키고 있다. 그 유래는 17세기 초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21년 11월 마지막 목요일 플리머스 식민지의 청교도 이민단 우두머리 윌리엄 브래드퍼드가 첫 수확의 많음을 감사하며,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축제를 3일 동안 열고 근처에 사는 인디언들을 초대하여 초기 개척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시초였다. 이때 청교도들은 야생 칠면조를 붙잡아 구워먹었는데, 그 뒤 추수감사제엔 으레 먹는 음식으로 되었으며, 또한 그 다음 크리스마스, 또는 결혼 피로연 등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리로 됐다.

  칠면조고기와 호박파이의 축제라고도 하는 추수감사절은 19세기 말엽까지 뉴잉글랜드 전역에서 하나의 관례적인 축제가 되었고, 전통이 없는 미국인들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았으며, 1863년 링컨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국경일로 선포했다. 한편, 오늘날 백악관에서는 칠면조 한 마리를 풀어주는 추수감사절 기념 행사를 가진다. 미국 전역에서 식탁에 오를 칠면조에 대한 익살스러운 조의(弔意. 죽음을 슬퍼함) 표시로 마련된 이 행사는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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