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의미와 그에 얽힌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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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니스트 박영수가 신문 잡지 사보 단행본 등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모음
분 류 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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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의미와 그에 얽힌 풍습
 
 음악가 차이코프스키는 서정적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그중 <사계>는 ‘12개의 성격적 소품’이라는 부제에 맞게 계절 분위기를 잘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페테르부르크에서 창간된 음악잡지 <누벨리스트> 발행인이 1876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매달 그에 어울리는 시를 택한 다음, 차이코프스키에게 그에 어울리는 피아노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배경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계>는 러시아 구력(舊曆)에 맞춰 작곡됐기에 지금의 계절감각과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건 세월은 흘러간다. 고대 이집트이든, 중세 유럽이든, 현대 한국이든 간에 지구는 변함없이 태양을 한 바퀴 돌고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사계절을 고루 맛보며 살아간다. 지구의 움직임은 단순하지만 지구와 태양의 거리 혹은 각도에 따라 춥거나 더운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일년을 12달로 나눠 생각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24절기로 세분해서 계절의 변화를 살폈다. 왜 동양인들만 24절기를 따졌을까?

절기란 무엇인가
 절기(節氣)에 대해 국어사전에서는 ‘한 해를 24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기후(氣候)가 변하는 시간의 마디(節)’이다. 그렇다면 사계절과는 어떻게 다를까?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춘분․추분․하지․동지 등 계절의 명백한 분기점 정도만 관심을 두었지 그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유목을 일삼았던 그들로서는 계절에서 음식 저장이나 바깥 활동 가능 여부만을 점검하면 됐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이 태양력을 위주로 생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농경을 생업으로 삼은 동아시아에서는 보다 세심한 분류가 필요했다. 씨를 심고 피를 뽑고 물을 주고 추수하고 말리고 저장하려면 때를 잘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동물이나 식물이 낮에 영양을 보충하고 밤에 그 영양분으로 성장하듯이 달은 농작물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양에서 음력을 중요시한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농사가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일년의 흐름과 관계된 태양력이 더 중요하다. 24절기는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왔으며 중국인이 처음 생각해냈다. 무슨 말일까?

 24절기는 계절을 세분한 것으로. 대략 15일을 간격으로 나타낸 달력이라 할 수 있다. 계절은 태양의 하늘에서의 위치, 즉 황도 위의 위치를 나타내는 황경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24절기의 날짜는 해마다 양력으로는 거의 같게 된다. 24절기가 계절의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24절기는 달의 움직임만으로 날짜를 계산하는 태음력에 계절 변화와 일치하도록 태양력의 요소를 도입한 태음태양력인 것이다. 여기에 기후 변화의 규칙이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왜 한 해를 24절기로 나눴을까
 일반적으로 사람은 24세가 되면 완전한 성장상태에 이르며 이후부터 노화상태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 이치 때문일까. 24절기 하나하나는 계절의 독특한 기운을 담고 있고 그것이 모두 지나면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어찌 생각하면 하루해살이 생물이 가장 자연이치에 맞는 존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24절기는 입춘(立春)에서 출발해 대한(大寒)으로 끝난다. 따뜻한 봄이 생명의 시작이라면 큰 추위는 한 생명의 마무리인 셈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의 섭리를 중시했기에 절기의 상징을 곳곳에 표현하였다. 예컨대 경복궁에 있는 왕의 특별한 공간이었던 경회루 기둥은 24개로서 24절기를 상징하고 있다.

 24절기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대략 다음과 같다.
 봄이 서면(立春) 비가 내린 다음(雨水) 개구리가 울고(驚蟄), 처음으로 번개가 친 뒤에는(春分) 날씨가 맑아지면서(淸明) 곡식이 윤택해진다(穀雨).
 여름이 되면(立夏) 만물이 성장하므로(小滿) 까끄라기 종자를 뿌려야 하고(芒種) 태양이 가장 길어진 다음에는(夏至) 작은 더위(小暑)와 큰 더위(大暑)가 연이어 찾아온다.
 가을이 되면(立秋) 더위가 물러가고(處暑) 밤에 이슬이 내리며(白露)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면서 땅의 물이 마르고(秋分) 이슬이 찬 공기(寒露)를 만나 서리가 내리면(霜降) 벌레들이 겨울잠에 들어간다.
 겨울이 되면(立冬) 작은 눈(小雪)과 큰 눈(大雪)이 연이어 내린 다음 밤이 가장 긴 날이 되고(冬至) 작은 추위(小寒)가 오더니 이내 큰 추위(大寒)가 찾아온다.

 요컨대 24절기는 계절의 숨결과 성격을 미리 일깨워주는 인류의 지혜인 것이다. 추워지는 시기를 알려주어 옷을 마련하게 하는가 하면 더위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가을이 가까웠음을 일러주어 막바지 무더위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절기에 얽힌 문화풍속의 상징
 그렇지만 사람이 어찌 일만 하고 살 수 있으랴. 옛사람들은 절기로 생활의 규칙을 맞추면서, 계절별로 명절을 두어 쉴 수 있게 배려해왔다. 설날(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 칠석(7월 7일), 중양절(9월 9일)은 수와 관련된 명절로 풍성한 먹거리(제사음식, 화전, 쑥떡, 밀국수, 국화주)와 흥겨운 놀이(윷놀이와 널뛰기, 활쏘기, 그네와 씨름)로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게끔 했다.

 특히 한가위는 신라시대 때 시작된 우리 고유 명절로 가을의 풍성함을 만끽하는 날이다. 신라 유리왕 때 여자들의 길쌈 경쟁이 그 출발점이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잔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놀이였을 뿐 숨막히는 대결이 아니었다. 이후 얼마나 흥겹게 놀았는지 ‘1년 365일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내 한가위 때만 같아라’는 속담도 생겼다.

 한편 우리가 추석 때 송편을 먹는 이유는 반달이 커져 보름달이 되듯, 좋은 일이 계속 생기기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송편의 모양은 그래서 반달이며, 되도록 예쁘게 만드는 이유도 최대한의 정성을 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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