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가 부른 0909 산골짝 위 여름의 하늘을 고요히 햇덩이가 건너갑니다. 아아, 아침마다 그것을 쳐다보면 당신과 같은 슬픔이 가슴 속에서 솟아납니다.
밤에도 안식은 없습니다. 꿈조차 언제나 안타까운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가슴 한 구석에 남모르는 환영이 자라납니다.
몇 해를 두고 몇 해를 두고 나는 배가 오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어느 배든 즐거운 갈 길이 있건만 아아, 그칠 줄 모르는 나의 슬픔은 가슴에 엉켜 흘러가 버리지 않습니다.
여느 때는 장롱에 간직해 뒀던 새 옷을 갈아입고 나가봅니다. 오늘은 명절입니다. 누가 알까요. 서러움에 가슴도 마음도 산산이 부서져 있는 것을. 울 때엔 숨어서 울어야 합니다. 그러나 남들에겐 웃는 낯으로 대합니다. 거기다 내색도 좋고 태연스럽게 아아, 이 슬픔이 가슴을 에는 칼이라면 나의 목숨은 벌써 끊어졌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