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상준 코끼리 제기 음각사다리무늬 귀얄문
조선시대 초기에 분청사기로 제작된 제기(祭器)입니다. 조선 세종 때 다양한 기법의 분청사기가 제작됐는데, 분청사기상준도 이때 생산됐습니다. 하지만 15세기 말엽 관요에서 백자로 제기를 만들면서, 분청사기제기는 중단됐습니다. 하여 분청사기상준의 제작 기간은 매우 짧으며, 그래서 오늘날 희귀합니다.
이 제기의 정확한 명칭은 ‘분청사기상준(粉靑沙器象樽)’입니다. ‘상준’은 제사 때 쓰는 코끼리 모양 술 항아리를 이르는 말이며, 봄 여름 제사에서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귀가 없고 실제보다 코가 짧지만, 코끼리를 간략하게 표현한 상형 제기입니다. 조선시대에 신에게 제사 지낸 제기는 어기(御器)로도 쓰지 않을 만큼 귀히 여겨졌습니다.
음각으로 새겨진 사다리는 작은 크기에도 매우 강렬합니다. 거대한 동물임을 암시하는 한편, 하늘로 오르는 길임을 동화처럼 연상시켜줍니다.
위에서 보면 하늘의 연못이나 호수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랫부분을 보면 네 발을 붙인 뒤, 백토 분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코 아랫부분에 살짝 유약이 벗겨졌지만, 전체적으로 상태 양호합니다.
발밑에는 조그만 고임돌들을 받쳐서 구운 흔적이 보입니다.
몸체 위에 귀얄로 백토를 분장했기에 붓질의 거친 질감이 잘 느껴집니다. 투박한 모양새에서는 순박한 맛과 여유로움이 풍깁니다.
분청사기 특유의 대범함과 자유분방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귀한 그릇입니다. 폭 18.5㎝ 높이 16㎝ *비교 유물 분청사기상준(국립중앙박물관) 분청사기상준(삼성미술관 리움)
분청사기상준(경기도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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