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0830
365 Daily Poem
365 오늘의 시(詩)

자연/인생/사랑/우정/이별 주제별로 감상하는 365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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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동주
분 류 인생
ㆍ추천: 10  ㆍ조회: 2720  
병원 0830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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