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憂鬱) 1127 어슴프레한 내 마음의 골짜기로 연기(煙氣)같은 암류(暗流)가 배암떼처럼, 근지럽게 휘감아 졸아드니, 내 넋의 허리는 갈대처럼 쇠척(衰瘠)하여지며, 영겁(永劫)의 독아(毒牙)에 생(生)의 욕망(慾望)을 갉아먹히고 신념(信念)의 폐부(肺腑)는 벌집[蜂巢]처럼 회의(懷疑)의 구멍이 뚫어져갈 때, 하늘은 무너져 내리고 땅이 깊이없이 빠지니, 이 몸은 티끌과 같이 방향(方向)없이 떠돌다가 사색(思索)의 구렁텅이에 거꾸로 빠지다. 어슴프레한 생(生)의 넓은 벌판에 내가 넘어지니, 비도 없는, 검은 구름이 모여들어 용광로(鎔鑛爐) 속 같은 저기압(低氣壓)에 내 맘이 썩으니, 구더기의 합창(合唱)이 벌떼처럼 일어나도다. 웃음과 즐거움이 가랑잎처럼 날아가고 봄과 겨울이 없는 이 골짜기에, 나는 죽은 듯이 앉아서 끄덕일 때 질식(窒息)할 듯한 음풍(陰風)의 손이 내 가슴을 만지며 지나간다. 거화(炬火)를 켜려고 불을 켜나, 수없이 꺼지니 이는 때때로 생(生)의 암류(暗流)런가, 우울(憂鬱)은 악마(惡魔)의 한숨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