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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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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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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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1109

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속으로
끊임없이 구르고, 빠져서 갈 때
어둠속에 낯을 가린 미풍(微風)의 한숨은
갈 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


  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
  이 때이면, 남몰래 앓고 서 있다.


근심스럽게도 한 발 한 발 걸어오르는 달님의
정맥혈(靜脈血)로 짠 면사(面紗) 속에서 나오는
병(病)든 얼굴의 말 못하는, 근심의 빛이 흐를 때
갈 바를 모르는, 나의 헤매는 마음은
부질없이도 그를 사모(思慕)하도다.


  가장 아름답던, 나의 쓸쓸한 마음은
  이때로부터, 병(病)들기 비롯하였다.


달빛이 가장 거리낌없이 흐르는
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
조그마한 병실(病室)을 만들려 하여
달빛으로 쉬지 않고 짜고 있도다.


  가장 어린애같이 비인 나의 마음은
  이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


한숨과 눈물과 후회(後悔)와 분노(憤怒)로
앓는 내 마음의 임종(臨終)이 끝나려 할 때
내 병실(病室)로는, 어여쁜 세 처녀(處女)가 들어오면서
―당신의 앓는 가슴 위에 우리의 손을 대이라고
달님이 우리를 보냈나이다―.


  이때로부터, 나의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
  희고 흰 사랑에, 피가 묻음을 알았다.


나는 고마워서 그 처녀(處女)들의 이름을 물을 때
―나는 `슬픔'이라고 하나이다.
  나는 `두려움'이라고 하나이다.
  나는 `안일(安逸)이라고 부르나이다.
그들의 손은 아픈 내 가슴 위에 고요히 닿도다.


  이때로부터 내 마음이 미치게 된 것이
  끝없이 고치지 못하는 병(病)이 되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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