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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부르는 러시아 목각 인형, 마트로시카(Matryoshka)
지구상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러시아는 여러 모로 독특한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광대한 국토도 그렇거니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부츠, 눈썰매, 얼음궁전 따위의 풍물이 바로 이 나라의 겨울문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기념품에 있어서도 색다른 게 많은 편이다. 러시아인의 필수품인 털모자는 기본이고, 화려한 보석함, 페도스키노 미니어처, 마트로시카 등등 이색적인 풍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마트로시카는 2002년 8월 어느 항공사 승무원들의 설문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념선물로 추천받기도 했으니 러시아의 개성적인 상징임에 틀림없다.
마트로시카(Matryoshka)는 같은 모양의 인형이 안에 겹쳐 있는 목각인형을 이르는 말이다. 그 어원은 ‘어머니’라는 의미의 러시아어 ‘마티’이며 ‘어머니 인형’이란 뜻이다. 속이 비어있어 작은 인형을 차례로 그 속에 넣을 수 있는 이 인형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행운을 상징한다.
왜 행운을 상징할까? 흥미롭게도 마트로시카는 옛날부터 전해져온 전통인형이 아니라 수입품의 변형이다. 19세기 말엽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후쿠시마 지방의 인형이 그 모델인데, 오뚝이 모양으로 생긴 인형의 눈에 점을 찍음으로써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풍습이 있는 개운(開運)의 상징이 러시아인의 마음에 들어 자연스럽게 변형된 것이다. 러시아 민예품으로 만들어는 과정에서 일본 인형은 여러 모로 바뀌었고 의미도 조금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오뚝이 모양 자체는 그대로 유지됐으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겹쳐 만들어졌다. 눈동자를 찍어 ‘완성’을 상징하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낳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달걀에서 착안한 것으로 식품이 귀한 문화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추운 지방은 더운 곳에 비해 음식 재료를 구하기 힘들다.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여름에 ‘다차(별장)’에 휴가를 가면서도 그곳에서 야채와 과일을 자급 생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봄이 되면 ‘마슬레니차’라 하여 봄의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면서 밀전병 요리인 블리니를 먹으며 행운을 비는 풍습도 있다. 날씨가 풀리면 재배하기 쉬운 까닭인데 이런 음식문화가 민예품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넉넉함을 기원하게 된 것이다. 마트로시카가 다산(多産)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트로시카는 초창기에 민속의상을 입은 어머니가 곡식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모습이 반영되었다. 러시아정교회의 영향으로 신앙심 깊은 이들은 성모마리아의 자애로움을 묘사하는가 하면, 먹거리의 풍요를 한층 갈망하는 이들은 수염 달린 아저씨가 돼지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행운을 기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마트로시카는 반쪽으로 나뉜 윗뚜껑을 열면 그 속에서 새로운 인형이 나오고 같은 방법으로 계속해서 다른 인형이 나오는 까닭에 처음 보는 사람은 신비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에 착안하여 수십개의 겹인형이 들어있는 고급품이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는 5겹이지만 훨씬 많은 인형을 담음으로써 신비감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형들에 그려진 그림은 모두 똑같지 않으며 어딘가 한 구석이라도 조금씩 다르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마트로시카에 당대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이다. 공산당 정권하에서는 민속의상 입은 어머니상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종교 금기가 풀리면서 성모마리아가 대거 등장했으며 그 외에도 러시아 정치가나 외국 유명 연예인들이 소재가 되고 있다. 요컨대 대중들의 관심을 끌거나 사랑받고 있는 인물이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것이니, 만약 마트로시카에 한번도 등장하지 못한 러시아 지도자가 있다면 그는 실패한 정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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