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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들먹거리다, 거들먹대다, 거덜나다
'거들먹거리다'는
'신이
“밤이면 밤마다 권마성이 들려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귀 방울 소리가 나기도 하며, 때로는 경마잡이가 말을 차며 일어나는 모습과 말을 뒤따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조선 말엽 영의정까지 지낸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이 <임하필기>에서 단원 김홍도 풍속화에 대해 남긴 감상 글 중 일부인데, 여기서 ‘권마성(勸馬聲)’은 가마․말(馬)이 지나갈 때 앞에 선 하졸이 목청을 길게 빼어 외치는 소리를 의미한다. “물렀거라~! 썩 치었거라~!” 권마성은 본래 임금이 나들이할 때 사복시(司僕寺) 거덜이 큰 소리로 외치는 호령이었다. ‘사복시’는 가마․말을 맡아보는 관청이고, 거기에 소속된 ‘거덜’은 궁중 행차가 있을 때 벙거지를 쓴 채 앞장서서 길을 틔우는 일을 맡은 하인이다. 거덜은 행차의 위엄을 더하면서 잡인을 막기 위해 위세당당하게 아주 높고 긴 소리를 수시로 냈다. 사람들은 권마성을 들으면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엎드려 가마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거덜은 비록 하찮은 직책이나 늘 큰소리로 사람들을 몰아세우다보니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고 다녔다. 그런 꼴에서 ‘신나서 잘난 체하며 함부로 거만하게 행동하다’를 가리키는 ‘거들먹거리다’와 ‘거들먹대다’라는 말이 생겼다. 거덜이 당당하되 정중하게 처신했다면 칭찬의 대상이 됐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 반대였던 것이다. 거덜은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몸을 흔들거리고 다녔지만 실상 그의 처지는 별 볼일 없었다. 아무 실속 없는 종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연유하여 빈털터리가 된 사람을 흔들대는 거덜에 비유하여 ‘거덜나다’라고 표현하면서 ‘재산이나 살림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다’는 뜻으로 썼다. 나중에는 ‘살림이나 무슨 일이 흔들려 결딴나다’라는 의미로 확대해서 사용했다. 권마성은 권위를 과시하는 청각적 행위였기에 고위관리나 지방 수령들도 행차할 때 따라 했다. 이럴 경우 하졸은 권마성을 내면서 종종 행패를 부리기까지 했다. 거덜과 권마성에 대한 백성의 거부감이 어떠했는지는 서울 종로의 ‘피맛길’ 명칭에서 엿볼 수 있다. ‘피맛길’은 ‘높은 사람의 말(馬)을 피(避)하기 위한 길’이란 말이니 거덜의 행패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목민심서>에서, ‘사또가 임지로 향할 때 길거리에서 권마성을 너무 요란스럽게 하는 일은 마땅치 못하다’라고 지적했지만 나라가 혼탁해질수록 권마성은 더욱 커져갔고 거덜들은 실력자 행세를 했다. 현대에도 권력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실력자 행세하는 정치인들이 있는데 이들을 거덜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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