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맛보기
- 분 류
- 행운문화사전
숫자 2에 담긴 상징과 의미
중국 전역을 큰 혼란에 빠뜨렸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끝자락인 1976년 9월 9일 0시 10분, 마오쩌둥이 8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21년 지난 1997년 2월 19일 밤 9시 8분, 중국의 경제개방을 진두지휘했던 덩샤오핑이 93세 나이로 사망했다.
중국의 대변화를 이끈 두 사람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고, 중국은 그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숫자로 나타냈다. 어떻게?
마오쩌둥의 경우 천안문에 그의 얼굴을 내걸면서 사진 좌우에 ‘중화인민공화국만세’와 ‘세계인민대단결만세’라는 문구를 걸어놓았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이념을 강조한 문구로서, 마오쩌둥이 사망한 9월 9일을 기념해 아홉 글자씩 구성한 것이다.
덩샤오핑의 경우엔 중국인 정서를 참조하여 사망 시각을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중국인은 숫자 2․6․8․9를 좋아하고, 1․3․5 숫자를 보통으로 여기며, 4․7을 싫어하는바 덩샤오핑의 사망시각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를 대부분 집어넣은 것이다. 물론 실제로 덩샤오핑이 그 시각에 절명했을 수 있겠으나 의학적으로 1~2분 차이는 큰 의미 없음을 감안하면 그랬으리라 짐작된다.
숫자에 과연 어떤 힘이 담겨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지금이나 숫자의 힘을 믿는 사람은 무척 많으며 문화권에 따라 그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
숫자 ‘2’를 살펴보자.
“인류가 닭 두 마리와 이틀의 ‘2’를 같은 걸로 아는 데에는 수천 년이 걸렸다.”
영국 사상가 버트란트 러셀이 말했듯이, 인류는 오랫동안 셈을 하지 못했다. 석기시대 원주민은 물건을 셀 때 ‘하나’․‘둘’․‘많음’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예컨대 고대 수메르에서 ‘에슈’라는 말은 3이란 수와 ‘많음’을 동시에 의미했으며, 중국에서는 숲을 표현할 때 나무(木) 셋을 모아 ‘森(나무 빽빽할 삼)’이라고 썼다.
그나마 이런 관념은 눈에 보이는 사물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시간의 흐름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수치로 나타낸 건 그 뒤의 일이다.
숫자 2는 ‘분화’ 혹은 ‘다양성’의 출발점이다. 하나가 둘로 나뉨으로써 여러 가능성이 생겼으니 말이다. 낮과 밤, 하늘과 땅, 안과 밖, 물과 불, 양극과 음극 등등 대조를 이루는 ‘분화(분열)’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 있으면서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긴장은 이해관계와 관련 깊고, 나눔은 다툼을 초래하기 쉽다. 내 몫과 네 몫, 또는 자신과 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필연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15세기 중엽 구텐베르크는 활판인쇄술을 발명하고 두 가지 모순된 생각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인쇄술로 인해 문화․지식이 급속히 발달하리라 기뻐하는 한편 그 때문에 도리어 나쁜 책이 유포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하여 그는 발표 중지를 생각하다가 <성서>를 인쇄함으로써 마침내 지식의 넓고 빠른 전달 물길을 텄다.
그런 점에서 숫자 2는 ‘이원성’이기도 하다. 두 가지 성질을 지녔으니까. 고대 중국인은 모든 걸 음양으로 나눠 따지곤 했는데 이때 음(--)․양(―)의 두 가지 막대 모양으로 앞일을 점쳤다. 이걸 ‘역(易)’이라 부르며 ‘바꿈’․‘고침’․‘새로움’의 의미로 통용됐다.
훗날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프랑스 전도사가 보내준 64괘 주역도(周易圖)를 보고 컴퓨터의 수학적 원리구조인 2진법을 발견했다.
이원성은 다른 문화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Janus)는 그 특성을 반영한 대표적인 신이다. 신화에 따르면 야누스는 일출, 일몰, 사물의 시작을 관리한다. 야누스는 평화로울 때엔 로마광장 안에 있는 자기의 사원 문을 닫았고, 전쟁이 일어날 땐 그 문을 열었다. 다시 말해 그는 평화와 전쟁이라는 양면 세계를 출입문 관리로 관장하였다.
이처럼 양면성은 두 얼굴을 갖고 있기에 ‘야누스의 얼굴’이란 관용어가 생겼다.
기원전 BC 6세기경 이란에서 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조로아스터교 역시 이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로아스터교는 빛․선의 신 아후라 마즈다와 어둠․악의 신 아리만이 세상의 피조물을 나눠 관장한다고 말한다. 선과 악은 서로에게 극한적으로 대응하는 대립물이라는 개념이며,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선악 문제로 갈등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숫자 2는 ‘화합’과 ‘조화’를 상징한다. 숫자 2는 분리된 것들을 서로 만나게 하고 화해시키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생물은 들숨과 날숨으로 목숨을 이어간다. 마시거나 먹기만 해도 죽고, 굶거나 내보내기만 해도 생명을 잃는다. 이때의 2는 ‘쌍’인 셈이다.
대부분 동물 특징인 두 개의 눈과 귀, 콧구멍은 각기 역할을 분담하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뤄야 완벽한 능력을 발휘한다. 한쪽 눈만으로는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기 곤란하고, 한쪽 콧구멍만으로는 숨을 쉬기 힘들다.
두뇌는 어떠한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이성적인 좌뇌와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감성적인 우뇌가 모두 건강해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숫자 2는 ‘따로 또 같이’의 운명을 지니고 있다. 독일 작가 괴테는 동양에서 온 은행나무 잎을 보며 매우 신기해했는데, 살짝 갈라진 듯 하나인 잎 모양을 철학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괴테는 <은행나무>라는 시에서 ‘이 나무의 잎은 둘로 갈라진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하나로 보이는 두 개의 존재인가?’라며 외경심을 나타냈다.
헤어진 둘이 만난다는 건 축복이요 행운이다. 힌두교의 탄트라는 성행위를 통해 양극의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고대 그리스 철학가 플라톤은 남성과 여성은 본래 자웅동체였으나 신의 질투로 분리되는 바람에 계속 그리워하며 짝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절친한 친구를 만났을 때 가장 행복해한다. 중국인이 숫자 2를 좋아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둘이 만나 결혼하고, 친구가 화합하는 의미에서 2를 좋은 숫자로 여기는 것이다.
원고를 매체(신문, 잡지, 사보, 휴대폰앱, 웹사이트, 방송 등)에 게재하거나,
단행본 출판을 원하는 분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번호 | 글제목 | 카테고리 | 이름 |
---|---|---|---|
5 | 잘못 알려진, 네 잎 클로버 행운의 유래 | 행운문화사전 | 만물유래사전 |
4 | '슈렉'과 '그린치'의 몸은 왜 초록색일까 | 행운문화사전 | 만물유래사전 |
3 | 숫자 2에 담긴 상징과 의미 | 행운문화사전 | 만물유래사전 |
2 | 행운을 부르는 러시아 목각 인형, 마트로시카(Matryoshka) | 행운문화사전 | 만물유래사전 |
1 | 건배 역사 및 세계 문화풍속 유래 | 행운문화사전 | 만물유래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