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1109
365 Daily Poem
365 오늘의 시(詩)

자연/인생/사랑/우정/이별 주제별로 감상하는 365 오늘의 시(詩)
*랜덤 출력 *날짜 검색: 3월5일→0305
작성자 박영희
분 류 이별
ㆍ추천: 0  ㆍ조회: 2810  
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1109

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속으로
끊임없이 구르고, 빠져서 갈 때
어둠속에 낯을 가린 미풍(微風)의 한숨은
갈 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


  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
  이 때이면, 남몰래 앓고 서 있다.


근심스럽게도 한 발 한 발 걸어오르는 달님의
정맥혈(靜脈血)로 짠 면사(面紗) 속에서 나오는
병(病)든 얼굴의 말 못하는, 근심의 빛이 흐를 때
갈 바를 모르는, 나의 헤매는 마음은
부질없이도 그를 사모(思慕)하도다.


  가장 아름답던, 나의 쓸쓸한 마음은
  이때로부터, 병(病)들기 비롯하였다.


달빛이 가장 거리낌없이 흐르는
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
조그마한 병실(病室)을 만들려 하여
달빛으로 쉬지 않고 짜고 있도다.


  가장 어린애같이 비인 나의 마음은
  이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


한숨과 눈물과 후회(後悔)와 분노(憤怒)로
앓는 내 마음의 임종(臨終)이 끝나려 할 때
내 병실(病室)로는, 어여쁜 세 처녀(處女)가 들어오면서
―당신의 앓는 가슴 위에 우리의 손을 대이라고
달님이 우리를 보냈나이다―.


  이때로부터, 나의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
  희고 흰 사랑에, 피가 묻음을 알았다.


나는 고마워서 그 처녀(處女)들의 이름을 물을 때
―나는 `슬픔'이라고 하나이다.
  나는 `두려움'이라고 하나이다.
  나는 `안일(安逸)이라고 부르나이다.
그들의 손은 아픈 내 가슴 위에 고요히 닿도다.


  이때로부터 내 마음이 미치게 된 것이
  끝없이 고치지 못하는 병(病)이 되었도다.

 
   

     
NO SUBJECT NAME ITEM
317 너를 그리며 0313 솔결 박영수 사랑
316 낙엽 1003 구르몽 자연
315 파초(芭蕉) 0611 김동명 인생
314 눈사람 1224 월러스 스티븐스 자연
313 아지랑이 0914 윤곤강 자연
312 눈 오는 지도 1126 윤동주 인생
311 이별 0817 괴테 이별
310 향수(鄕愁) 0331 정지용 인생
309 보리 피리 0514 한하운 자연
308 바다와 소나무 0325 솔결 박영수 자연
123456789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