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孤獨) 0724
365 Daily Poem
365 오늘의 시(詩)

자연/인생/사랑/우정/이별 주제별로 감상하는 365 오늘의 시(詩)
*랜덤 출력 *날짜 검색: 3월5일→0305
작성자 백석
분 류 이별
ㆍ추천: 0  ㆍ조회: 2648  
고독(孤獨) 0724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휘파람 호이호이 불며
교외(郊外)로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문득 옛일이 생각키움은 ―
그 시절이 좋아졌음이라
뒷산 솔밭 속의 늙은 무덤 하나
밤마다 우리를 맞아 주었지만 어떠냐!
 
그때 우리는 단 한 번도
무덤 속에 무엇이 묻혔는가를 알려고 해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었다.
떡갈나무 숲에서 부엉이가 울어도 겁나지 않었다.
 
그 무렵 나는 인생의 제1과(第一課)를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배웠다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하늘 높이 단장(短杖) 홰홰 내두르며
교외(郊外)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그날 밤
성좌(星座)도 곱거니와 개고리 소리 유난유난하였다
우리는 아무런 경계도 필요없이 금(金)모래 구르는 청류수(淸流水)에 몸을 담갔다
별안간 뇌성벽력(雷聲霹靂)이 울부짖고 번갯불이 어둠을 채질했다
다음 순간 나는 내가 몸에 피를 흘리며 발악했던 것을 깨달았고
내 주위에서 모든 것이 떠나갔음을 알았다.
 
그때 나는 인생의 제2과(第二課)를 슬픔과 고적(孤寂)과 애수(哀愁)를 배웠나니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깃폭인양 옷자락 펄펄 날리며
교외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낙사랑(絡絲娘)의 잣는 실 가늘게가늘게 풀린다
무엇이 나를 적막(寂寞)의 바다 한가운데로 떠박지른다
나는 속절없이 부서진 배(船) 조각인가?
 
나는 대고 밀린다
적막(寂寞)의 바다 그 끝으로
나는 바닷가 사장(沙場)으로 밀려밀려 나가는 조개껍질인가?
오! 하늘가에 홀로 팔장끼고 우―뚝 선 저―거무리는 그림자여…….
 
---------------------------------------------------------------------
단장(短杖): 손잡이가 꼬부라진 짧은 지팡이
낙사랑: 실을 두른 여자.
떠박지르다: 마구 떠밀어 넘어뜨리다
   

     
NO SUBJECT NAME ITEM
317 영원을 사랑했던 첫 순간 0623 멜라니 샤프카 사랑
316 햇빛과 함께 0425 하이네 자연
315 작별들 0205 파블로 네루다 이별
314 희망은 한 마리 새 0921 에밀리 디킨슨 인생
313 광야(曠野) 1116 이육사 인생
312 안개 1006 칼 샌드버그 자연
311 장날 0912 노천명 인생
310 낙엽 1003 구르몽 자연
309 사랑하는 까닭 0202 한용운 사랑
308 우리 둘이 헤어지던 때 0509 바이런 이별
123456789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