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1124
365 Daily Poem
365 오늘의 시(詩)

자연/인생/사랑/우정/이별 주제별로 감상하는 365 오늘의 시(詩)
*랜덤 출력 *날짜 검색: 3월5일→0305
작성자 박인환
분 류 인생
ㆍ추천: 0  ㆍ조회: 2776  
목마와 숙녀 1124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NO SUBJECT NAME ITEM
207 흐르는 물을 붙들고서 0803 홍사용 이별
206 눈(雪) 0125 구르몽 자연
205 엄마야 누나야 0609 김소월 인생
204 이별은 미의 창조 1108 한용운 이별
203 구월 0930 헤르만 헤세 자연
202 감상의 폐허 1020 박영희 인생
201 세월이 가면 1123 박인환 인생
200 눈 오는 지도 1126 윤동주 인생
199 그림자를 나는 쫓으다 1021 박영희 인생
198 영원을 사랑했던 첫 순간 0623 멜라니 샤프카 사랑
1,,,111213141516171819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