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어느덧 저물어 0822 해는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었다. 숲에는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고 송아지 발밑에서는 시크라멘 꽃이 피를 토하고 있었다. 높다란 전나무는 줄기마다 불기둥이다.
바람이 불면 훗훗한 향내가 몰려왔다. 우리는 먼 길을 걸어온 탓으로 당신은 늘어질 대로 늘어졌다. 나는 나직한 목소리로 당신의 그리운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러자 당신의 마음 속 흰 나리꽃 씨앗에서 열정의 불 나리꽃이 황홀에 젖어 마구 비집고 나왔다. 빨갛게 물든 저녁―당신 이도 빨갛게 물이 들었다. 꼭 내 입술이 그리움에 화끈 달아 찾아낸 입술 같구나.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 몸을 활활 불태우는 저 불길 옷을 질투라도 하듯 내 입술을 핥았고… 숲은 고요하고 하루 남은 목숨이 다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 구세주는 부활하고 하루 해와 더불어 질투도 어려움도 목숨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