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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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오늘의 시(詩)

자연/인생/사랑/우정/이별 주제별로 감상하는 365 오늘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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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육사
분 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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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0519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은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 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는 시냇물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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