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허풍 대결
오래 전의 일이다. 경남 합천에 있는 해인사의 가마솥이 크다는 소문이 나더니,
이번에는 안변에 있는 석왕사의 변소 깊이가 제일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해인사 스님 한 명이 석왕사 변소가 얼마나 깊은지 실제로 답사하기 위해서 길을 떠났다.
한편 석왕사 스님 한 명도 해인사 가마솥이 얼마나 큰지 직접 보려고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이 두 스님은 도중에서 마주치게 됐는데, 먼저 석왕사 스님이 물었다.
“해인사의 가마솥이 크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대관절 얼마나 크기에 그렇습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지난 동짓달에 팥죽을 쑬 때,
어찌나 넓은지 나룻배를 타고 노로 팥죽을 젓던 중이 아직껏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허, 정말 크긴 큰 모양이군요.”
“그런데 석양사의 변소는 얼마나 깊기에 소문이 굉장합니까?”
“말씀드리기가 좀 거북합니다만, 제가 절을 떠날 때 뒤를 보고 나왔는데,
아직도 그것이 밑바닥에 떨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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