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백묵으로 이니셜을 써서 청혼한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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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34세
34세. 백묵으로 이니셜을 써서 청혼한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개혁가로서 유명한 인물이다.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리나>를 남겼고 말년에 노동의 신성함을 역설했으며 사회 개혁 운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톨스토이는 작가로서 고뇌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당시 그는 성욕 때문에 수많은 밤을 괴로워하기 일쑤였다.

톨스토이가 동정을 잃은 것은 16세 때였다. 19세기 유럽 남성들이 거의 그러했던 것처럼 그도 창녀를 상대해서 처음으로 섹스에 눈을 떴다. 이후 그는 선천적 바람둥이 기질로 인해 정식 결혼을 하기도 전에 두 명의 하녀와 관계를 가졌는가 하면, 시골 처녀와 로맨스를 가져 사생아를 낳기도 하였다. 강한 성욕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심각했던지 그즈음 작가 안톤 체호프에게 “주체할 수 없이 끓어오르는 성욕 때문에 괴롭다. 이 성욕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고백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러한 난봉꾼이건만, 성관계는커녕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가슴앓이 한 시절이 있었으니 바로 34세 때의 일이다.

톨스토이는 17세의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베레스를 처음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다. 지금까지의 여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며, 순결한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소피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나이 많은 자의 욕심으로 비쳐질까봐 두려워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의 마음은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욱 거세지는 법. 톨스토이는 괴로운 마음으로 무려 3년을 지낸 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드디어는 사랑 고백을 결심하였다.

그런데 결심은 하였지만 차마 얼굴을 보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지고지순한 사랑이 행여 가벼운 불장난처럼 비쳐질까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하여 신중히 방법을 모색하였고,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톨스토이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피아와 마주 앉았다. 그는 조용히 백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테이블 위에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의 이니셜을 써나갔다. 소피아는 톨스토이의 손놀림과 글씨를 바라보면서 처음에는 장난으로 여겼으나 곧 생각을 고쳤다. 글을 써나가는 톨스토이의 손에서 가벼운 떨림을 느꼈고, 그의 너무나도 진지한 태도는 평상시에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잔잔하고도 여운이 긴 감동을 받았다. 유명 작가가 순수한 모습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대상이 바로 자기라니…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이 밀려왔다. 소피아는 잠시 후 톨스토이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1862년 9월 13일 두 사람은 결혼하였지만, 결혼 전에 한 번의 고비가 더 있었다.

톨스토이는 결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소피아를 찾아갔다. 그의 손에는 그가 지금까지 써온 일기장 몇 권이 쥐어져 있었다. 결혼 날짜를 받아놓고는 신부의 집을 찾지 않는 게 당시 풍습인데도 톨스토이가 소피아의 방에까지 뛰어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용서받아야 한다는 결벽증이 그로 하여금 관습을 무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톨스토이는 소피아에게 읽어보고 최후로 마음을 결정하라며 조심스레 일기장을 건네주었다.

일기를 읽은 소피아는 깜짝 놀랐다. 그 일기장에는 톨스토이가 도박으로 수많은 재산을 날렸고, 집시·창녀·농노 등 온갖 여자들과 관계한 사실은 물론 사생아를 낳았다는 사실까지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다음날 소피아를 찾아간 톨스토이는 흐느끼고 있는 그녀에게 “부부 사이에는 어떤 비밀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처럼 과거를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과거를 이해해 달라고 거듭 부탁하였다.

소피아는 ‘톨스토이가 사랑하고 있는 것은 내 육체 뿐’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괴로워하는 톨스토이를 보고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소피아는 “너무 두렵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체념하면서 결국 결혼을 승낙하여, 48년간에 걸친 부부생활에 들어갔다.

이 결혼은 톨스토이에게는 행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피아에게는 불행이었다. 소피아는 당대 최고 명성을 지닌 톨스토이가 재능을 인정할 정도의 문학인이었으나 남편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희생했다. 13명의 아이를 낳고 기르는가 하면 원고 교정으로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특히 소피아는 톨스토이의 날린 글씨를 바르게 정서하느라 고생했다. 뜻 모를 생략부호가 많은 그의 원고는 소피아 이외에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소피아는 톨스토이가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고쳐 쓰고는 했다. <전쟁과 평화>는 무려 77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강한 성욕과 이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는 톨스토이의 이중성 때문에 소피아는 말년에 신경질적이고 트집이 심한 노파로 변해갔다. 그래서인지 소피아는 크산티페(소크라테스 아내)에 버금가는 ‘악처’로 남아 있을 뿐이다. 반면 톨스토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눈길과 뛰어난 작품, 그리고 왕성한 사회적 활동 덕분에 존경받는 작가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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