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수채화에 시를 써 보낸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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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수채화에 시를 써 보낸 고백

헤르만 헤세(1877~196)는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인간 존재의 근원에 배반하는 이원성(二元性)과의 대결, 현대문명의 갈등을 구도적(求道的)으로 추구하였으며,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렇듯 문학에 있어서는 대성했으나 사랑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으니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헤세는 소년 시절, 오직 초원에서 나비와 민들레와 푸른 하늘을 벗 삼아 초원의 고독을 음미하며 자라났다. 헤세는 자기 가슴 속에 용솟음치는 시적(詩的) 마력에 사로잡혀 시를 짓고 자기만의 가락으로 부르곤 했으나 시인으로 살아가기까지에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헤세의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모두 목사로서 신앙이 깊은 사람이었고, 헤세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헤세의 운명은 선택의 여지없이 목사로서 결정됐고, 당연히 그는 목사 수업을 받아야 했다.
헤세는 일찍부터 자신의 시심(詩心)을 느꼈기에 시인으로 살 것을 결심했으나 워낙 엄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신학교에 입학했다. 학창시절 초창기의 헤세는 외면적으로는 모범생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 결국 반 년 만에 학교를 뛰쳐나오고 말았다.

“시인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요.”
헤세는 종교인이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문학적 감수성과의 갈등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자퇴한 것이었다. 갑갑한 전통학교에 대한 그의 혐오는 지나치게 근면한 학생이 자기 파멸에 이르는 내용의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에 잘 나타나 있다.

신학교는 그만뒀으나 집안 눈길은 차가웠고, 그에게 시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은 없었다. 절망 속에서 그는 자살을 기도해 어머니를 놀라게 했다. 헤세는 어머니에게 걱정 끼치는 것이 죄송스러워 17세 때 탑시계 만드는 공장에 가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헤세는 여기서 14개월을 했는데, 그가 하는 일이란 줄칼을 써서 강판을 자르거나 구멍을 뚫거나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교회 대들보에 기어 올라가 종 매다는 것을 돕기도 했다.

“이왕 하는 일, 서점이 낫겠어.”
헤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책방에서 일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1895년부터 3년 남짓 서적 판매원으로 일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을 포장하고 운반하고 견본을 보내고 주문장을 정리했다. 낮에는 책을 파는 사람이었지만 밤에는 시와 산문을 쓰면서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의 3년은 자기 형성의 시기였다. 이성에 관심이 많고 감수성 예민한 시기였으나 헤세는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헤세는 1904년 자유기고가가 되었으며, 실패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작가에 관한 <페터 카멘친트>라는 첫 소설을 발표했다. 헤세는 위기에 대한 심오한 감성을 지닌 작가로서, 정신분석을 연구했으며 동양의 신비주의를 찬양했다.

동양적 정서를 지닌 서양인이었던 헤세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동양적이었다.

자연을 남달리 사랑한 헤르만 헤세는 자연의 소리와 음악을 좋아했다. 그는 특히 플루트 음악을 사랑했는데, 당시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엘렌 세퍼를 무척 좋아하여 세퍼가 연주하는 곳이라면 아무리 먼 나라라도 찾아갔다.

어느 해 여름이었다. 산모리츠에서 세퍼가 연주회를 열었을 때도 헤세는 물론 들으러 갔다. 그날따라 플루트 연주는 더욱 훌륭했고, 감동한 헤세는 흥분을 못이긴 나머지 무대 뒤로 찾아가서 자기소개를 하고는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저는 헤세라고 합니다. 오늘 당신의 연주에 감동 받았기에 인사드리러 찾아뵈었습니다.”

헤세는 오랫동안 그녀를 사모해왔지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날만은 너무 감동한 나머지 그런 용기를 부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헤세와 세퍼의 만남 시간은 너무 짧았고, 헤세는 그녀를 좋아한다는 표시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세퍼는 헤세에게 고맙다는 의례적인 답례를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세의 사랑과 관심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하여 헤세는 사랑의 속삭임 대신에 자신이 직접 그린 수채화에다 서정적이거나 낭만적인 내용의 시를 써서 보내곤 했다. ‘사랑한다’라고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프러포즈였다. 어렸을 때부터 굳어진 내성적인 성품으로 인해 그저 은유적인 표현을 했던 것이다.

상대 역시 헤세와 비슷한 정서였다면 알아차렸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결국 헤세의 짝사랑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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